법정 최고금리 20%선까지 내린다, 3~4%p 인하 가닥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4%에서 20∼21% 수준으로 3~4%포인트 인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하고 법정 최고금리 인하 폭을 논의한다고 15일 밝혔다.
당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협의 결과로 어디까지 발표할 수 있을지를 봐야 한다"고 전했다.
급격한 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 10%대까지 내리기는 어렵다는 기류다.
다른 관계자는 "현행 24%에서 급격하게 10%대로 내리면 후유증이 있을 수 있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20∼21%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금리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낮아지고 인터넷 은행도 활성화하면서 현행 연 24%인 상한선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다만 급격한 인하로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줄면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불법·사금융시장으로 밀려날 수 있는 이들도 고려하며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 2017년 27.9%에서 24%로 인하할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당 관계자는 "한계선상에 있는 이들에게 대출하는 금융기관이 돈을 떼일 걱정에 위축될 수 있다"며 "인하할 여지가 생겼지만 그 경계선이 어디일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날 협의회에서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도 함께 논의된다.
현재 가능한 보완 정책은 서민금융상품, 채무조정, 신용회복지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는 당에서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윤관석 정무위원장, 백혜련 법사위 간사, 김병욱 정무위 간사, 정태호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정부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고기영 법무부 차관 등이 참석한다.
금감원은 기존 차주들도 인하된 최고금리를 적용 받도록 소급적용을 약관에 명문화해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는 사적 계약인 약관에 대출금리 소급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가격 개입일 뿐만 아니라 민법의 재산권 보호와 상충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오는 22일 사장단 회의를 열고 표준약관인 여신거래기본약관에 대출금리 소급적용을 포함하는 개정 방안을 논의한다. 표준약관 개정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업계 의견을 들어 결정한 뒤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 이뤄진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실무자 회의와 사장단 회의를 거쳐 6개 권역별 회의 및 각 저축은행별 내부 논의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약관 개정은 올 4분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약관 시행되면 기존 대출도 인하된 최고금리 소급적용=금감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대출도 잔존만기나 연체율에 상관없이 모든 차주에 동일하게 대출금리 인하를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 정부의 공약대로 최고금리가 연 20%로 낮아지면 개정된 표준약관 시행 뒤 연 20~24%의 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는 만기가 얼마가 남았든 곧바로 20% 내로 대출금리를 인하 받게 된다는 의미다.
지금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시 기존 대출은 갱신, 연장할 때만 인하된 최고금리를 적용 받는다. 만기가 남은 대출은 최고금리를 초과해도 기존 금리대로 이자를 내야 한다.
저축은행업계는 차주의 금리부담 완화라는 정부의 기본 정책에는 동의한다. 다만 금융당국이 자체 판단으로 표준약관을 고쳐 대출금리 소급적용을 강제하려는데 대해선 불만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업계는 표준약관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소급적용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자)는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려는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표준약관으로 소급적용을 강제하면 시장가격 개입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저축은행 CEO도 “인하된 최고금리를 소급적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등 민법과 상충할 여지가 있다”며 “약관이 아닌 법 개정을 통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선례 있지만 사안마다 판단 갈려 약관 개정이 더 용이=대출금리 소급적용을 법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대출금리에 소급적용한 선례도 있다.
정부는 2007년 12월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최고금리를 연 66%에서 49%로 낮추면서 법 시행 전에 맺은 대출계약에 대해서도 연 49% 내의 이자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2010년에 최고금리를 연 44%로 추가 인하할 때도 소급적용을 실시했다.
반면 2016년과 올해 최고금리를 각각 연 27.9%, 연 24%로 인하할 때는 소급적용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당시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법상 소급적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공익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고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갈릴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소급적용을 법에 포함하지 못할 수 있는데다 법에 소급적용을 규정하면 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대부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표준약관 개정이 낫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실무부서로부터 표준약관 개정을 통한 대출금리 소급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별개로 받은 외부 법무법인 자문에서도 같은 대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업계의 자율적인 소비자 금리부담 완화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표준약관 개정의 필요성으로 꼽는다. 저축은행업계가 지난 2월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으나 실제 혜택은 거의 없었다는게 금감원 판단이다. 저축은행중앙회도 금리부담 완화 실적 공개를 꺼리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자발적인 금리부담 완화 방안이 잘 시행됐다면 약관 개정까지 논의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향후 필요하다면 법 개정 역시 금융위원회 및 국회와 논의해 추진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선 표준약관 개정이 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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