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난민인정자도 다문화가정에 포함하는 법안 추진
인재근 의원 등 발의…시대 흐름 발맞춘 변화지만 재정 부담 우려도
다문화가정의 명칭을 이주가족으로 바꾸고, 여기에 기존 결혼 이민자 뿐만 아니라 북한 이탈 주민과 난민 인정자 등을 추가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다문화가족지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법의 제명을 '이주가족지원법'으로, 다문화가정 명칭을 이주가족으로 변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가 법안 시행 당시인 2008년만 하더라도 혼혈을 대체하는 의미로 쓰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우리보다 경제 상황이 열악한 아시아 국가 출신 이주민을 비하하는 방향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문화가정 범위에 기존의 결혼 이민자 뿐만 아니라 북한 이탈 주민과 난민 인정자, 귀화자까지 추가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이들은 다문화 지원책에 배제되고 있으며, 자녀도 청소년 관련 정책에서 차별받을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밖에 중도입국 아동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 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인종 사회로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용어를 개선하고 지원 대상도 포괄적으로 가자는 취지로 발의했다"며 "적어도 아이들이 교육만큼은 동일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관련 예산의 부담이 커질 거라는 지적에는 "그와 같은 우려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사회 약자층을 향한 지원은 단순히 비용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중복 수혜가 생기지 않도록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답했다.
이어 "개정안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며, 다음 전체회의에서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다만 최근 법안 심사가 밀리면서 통과 시점은 가늠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발의에는 인 의원 외에 소병훈, 송갑석, 기동민, 김원이, 최혜영, 최종윤, 강선우, 양이원영, 고영인, 문진석, 박상혁 의원 등이 참여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난민법이나 북한이탈주민 보호·정착지원법 등이 따로 있고 통일부와 법무부, 외교부 등 여러 부처가 얽혀있는 사안인 만큼 합의가 쉽지는 않겠지만, 소외 가정에 방점을 둔 지원 확대 필요성은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와 통일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정식 체류 허가를 받은 난민과 북한 이탈 주민은 각각 3천373명, 3만3천718명이다.
국민으로 받아는 들이되…"탈북민 지원에 세금내기 싫다" 63%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보면 탈북민을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수용 가능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 저항`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탈북민에게 부여하고 있는 각종 배려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정서가 뚜렷했다.
탈북민을 비교적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을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3.8%가 "동의한다"고 답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16.2%에 불과했다. 조선족(53.1%) 고려인(71%) 재외동포(74.3%) 등 다른 소수자에 비해 찬성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이웃으로 이사 오면 따뜻하게 맞아줘야 하며 친구로 지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탈북민과 친구로 지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좋다"가 26%, "싫다"가 12.2%로 긍정적 답변 비율이 더 높았다. `탈북민이 옆집으로 이사 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12.5%의 응답자가 "좋다", 13.1%의 응답자가 "싫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선족(싫다 43.7%), 고려인(싫다 17.5%)보다는 호감도가 높았다.
비용을 수반하는 탈북민 포용 방식에는 분명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탈북민이 평균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세금을 더 내서 지원할 의향은 없다"고 답했다. `탈북민 복지 비용을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62.8%가 "없다"고 답해 "낼 의향이 있다"는 37.2%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특히 자신을 `진보`라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서도 53.4%가 "세금을 낼 의향이 없다"고 답해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반대 비중이 높았다. 탈북민 삶의 수준이 "평균보다 낮다"는 응답이 72.2%로 가장 높았으며 빈곤의 주된 원인으로는 일할 기회가 없어서(36.7%), 지원 정책 부족(25.3%), 교육 부족(21.4%) 등을 꼽았다. 하지만 `탈북민에 대해 정부가 경제적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31.1%로 비교적 높았다. "지금 수준이면 된다"가 59.6%, "지금보다 줄여야 한다"가 9.3%였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이 더욱 확산된다면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이라는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문제는 통일 준비 차원에서 앞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한 과제이며 이것이 해결돼야 통일 과정에서도 남북 주민 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이 탈북민 인권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음도 알 수 있다. 가령 탈북민의 입국 사실 및 신상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 67.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족이나 친인척을 북한에 남겨두고 탈북한 탈북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8.3%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탈북했을까` 하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탈북민을 체제 경쟁 차원에서 홍보 및 선전 수단으로 다루는 데 거부감이 적지 않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탈북민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게 나타났다.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이 탈북민에게 제공하는 `취업 가산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9.3%로 "동의한다"는 답변 40.7%보다 많았다. 특히 취업 문제에 민감한 19~29세의 69.7%, 29~39세의 73.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해 다른 세대 응답률에 비해 높게 나왔다.
탈북민의 병역면제 여부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8.3%를 기록해 "동의한다"는 응답 41.7%를 앞섰다. 대학교 정원 외 특례입학 여부에 대해서는 44.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취업이나 입학, 병역 등 자신의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에 맞닥뜨리면 탈북자를 잠재적 경쟁자로 보는 성향이 강해지는 셈이다.
설문조사에서 상당수가 탈북민을 직접 만난 경험이 없으며, 북한이탈주민을 알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한편 탈북민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견해가 대다수로 나타나 이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을 실제로 만나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74.9%가 "만나본 적이 없다", 25.1%가 "만나본 적 있다"고 답했다. 국민 4명 중 3명이 탈북민을 살면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이다.
탈북민과의 만남 후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느냐`는 설문에는 43.8%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해 탈북민과의 직접 접촉이 인식 개선에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확인됐다. 탈북민들이 남북 간 이질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52.6%가 "도움이 된다"고 본 반면 47.4%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해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27일~10월 1일 5일간 웹조사(휴대전화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설문페이지 주소 발송) 형식으로 이뤄졌다. 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0%포인트로 응답률은 13.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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