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행주산성 대선 출마 선언식
"아니야. 비 그치게 한대. 하늘궁에서 비 안오게 한다니까 그걸 한번 보자고 맞나 안 맞나."
지난 18일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대선 출마 선언식이 열린 행주산성 하주차장에는 오전 9시30분쯤부터 이미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려 한 지지자가 '행사가 잘 치러질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또 다른 지지자가 '하늘궁'에서 비를 그치게 할 것이라며 한번 두고 보자고 받아쳤다. 하늘궁은 허 명예대표가 거주하는 자택이자 그가 지지자들에게 강연을 하는 시설의 이름이다.
지지자들의 대화에서도 비치듯이 허 대표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하나의 '종교'와도 같아 보였다. 행사에 참관하기 위해 행주산성을 찾은 한 지지자는 이런 믿음이 종교와는 다르다고 하면서도 허 대표를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른 '신인'(神人)이라고 불렀다. 이 지지자는 "신인님께서는 아직 큰 능력을 보여주시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이분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또 그는 허 대표가 사리사욕을 위해 대통령에 출마한 것이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해 출마한 것이라며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에 아시아 통일, 2026년 남북통일, 2030년 세계통일이라는 이정표가 정해져 있는데 다음해 대통령 선거를 넘기면 그 계획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앞서 허 대표는 여러 차례 기행을 보이며 자신의 '초인적 능력'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자신을 믿으면 병이 치료된다거나 바람이 이뤄지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식의 종교색이 강한 홍보 활동을 펼쳐 오기도 했다.
최근 허 대표의 지지자 중에서는 허 대표의 '축복'을 받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나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이들이 있었다. 이날 출범식에서도 삼삼오오 모인 지지자 중에서는 자신이 허 대표를 만나 직접 축복을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오전 11시10분쯤 허 대표의 롤스로이스 차량이 행주산성 하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지지자 10여명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코로나19를 전파를 막기 위해 기자와 관계자만 행사장 출입을 할 수 있도록 통제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허 대표를 직접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주차장 내부로 들어오지 못한 지지자들 50여명은 주차장 입구에 남아 먼발치에서라도 허 대표의 모습을 바라보고 사진, 동영상으로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열렬한 지지자들의 바람의 호응하듯 이날 출범식에서 허 대표는 자신이 '영웅적' 존재임을 과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출범식 행사장 한쪽에서 조선시대 갑옷의 한 종류인 두선린 갑옷으로 옷을 갈아입고 백마를 타고 무대로 등장했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에서 왜군을 대파한 권율 장군을 본뜬 모습이었다. 그는 직접 모형칼을 빼 들고 왜군으로 분장한 연기자를 쓰러트리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가혁명당 측은 이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에 대해 민초들이 행주치마에 돌을 담아 외적을 무찔렀던 행주대첩 선례처럼 허 대표도 민·관이 함께 힘을 합쳐 나라를 구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행사의 초점은 허 대표에게 맞춰있었다. 칼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 뒤편에는 "내가 이 나라를 지키겠노라. 난세 영웅 허경영"이라는 문구가 인쇄된 대형 패널이 설치됐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바라는 신적, 영웅적 모습과는 다르게 행사 중간중간 허 대표는 '인간적'인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연기자와 합이 맞지 않아 칼싸움 장면에서 몇차례 실수가 있었고 무대 감독은 행사 중간 "엔지"(NG)를 외쳤다. 허 대표 또한 합이 잘 맞지 않자 "뭔가 빠진 게 있는데", "참 어렵네"라고 말해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행주대첩을 묘사한 1부 행사에 이어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는 2부 행사로 넘어가는 순간 허 대표가 직접 줄을 잡아당겨 패널의 사진을 교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역시 합이 맞지 않아 사진이 제때 내려오지 않았다. 2부 행사에서 대선출마 선언문을 읽는 중간 프롬프터용으로 설치한 모니터의 글씨가 잘 보이지 않자 연설 중간에 관계자들을 무대로 불러 이를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허 대표는 난세를 구할 '영웅'은 자신밖에 없다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지지자들의 믿음 역시 절대적이었다. 허리와 팔목에 허 대표의 공약이 적인 리본을 촘촘히 매달고 허 대표의 사진이 담긴 목걸이까지 착용한 한 지지자는 '허 대표의 공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이뤄져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돼야만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허 대표의 공약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의 허 대표는 선교 목적의 재단법인인 '하늘궁 유지재단' 설립했다. 일부 언론에서 허 대표가 '종교법인' 설립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종교법인이 아닌 '비영리재단법인'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하늘궁 유지재단의 등기부등본에는 재단 설립 목적에 '선교 및 전도사업', '선교 지도자 양성사업', '선교 서적의 출판 유통사업' 등이 명시돼 종교적 목적이 명백하게 담겨 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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